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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쭈꾸미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풍성하게 잡히던 쭈꾸미가 올해는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수산시장과 식당가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2025년 쭈꾸미 흉년의 원인을 기후, 생태계 변화, 산업 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봅니다.
이상 기온과 해양환경 변화
2025년 쭈꾸미 흉년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이상 기온과 수온 상승이 지목됩니다. 2024년 겨울부터 이어진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인해 서해안을 비롯한 주요 산란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게 유지됐습니다.
쭈꾸미는 수온 10~15도 사이에서 산란 활동을 활발히 하는데, 이번 봄에는 수온이 17도 이상까지 올라가 산란 시기가 어긋나거나 서식지가 바뀐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의 산란 적기 동안 기온이 급변하면서 알을 낳지 못하거나 부화 실패율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환경 변화도 쭈꾸미 생존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해수 내 용존산소 농도가 줄고,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증가하면서 쭈꾸미의 유생 생존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보고에 따르면, 서해안 일부 해역에서는 쭈꾸미 유생의 밀도가 전년 대비 65%나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워, 당분간 쭈꾸미 수확량이 정상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획과 산란기 무분별 조업
두 번째 원인은 지속적인 남획과 산란기 중 조업입니다. 최근 몇 년간 쭈꾸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기 어획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쭈꾸미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어업인들이 산란기임에도 불구하고 포획을 멈추지 않으면서, 어미 쭈꾸미가 알을 낳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2024년부터 쭈꾸미 보호를 위한 포획 금지 기간 확대 및 어획량 제한 조치를 시행했으나, 현장 단속의 허술함으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쭈꾸미는 회복 속도가 느린 어종이 아니지만, 반복되는 산란기 조업은 개체 수 감소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천, 충남 태안, 군산 등 주요 어획지에서는 일부 어민들이 조업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조업 횟수를 늘려 수익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장 어민들 사이에서도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 수백 킬로 잡혔는데, 올해는 20킬로도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쭈꾸미 자원이 고갈되어가고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유통 구조의 영향
마지막으로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시스템 변화도 흉년 체감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SNS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쭈꾸미 요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가 집중되었고, 외식업계는 봄마다 '쭈꾸미 시즌 메뉴'를 경쟁적으로 출시했습니다. 그 결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2025년 봄 현재, 산지 기준 쭈꾸미 1kg의 가격은 2023년 대비 약 2.3배 증가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kg에 4만 원 이상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쭈꾸미가 고급 식재료처럼 인식되면서,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정작 자원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의 비효율성도 문제입니다. 어민 → 중간 도매상 → 시장 상인 → 외식업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산지에서 출하되는 쭈꾸미가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쭈꾸미가 아예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며, 흉년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체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결론 및 요약
2025년 봄 쭈꾸미 흉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 변화, 산업 구조, 소비 패턴의 복합적 결과입니다. 앞으로의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생태계 보호 정책 강화, 남획 방지 조치의 실효성 확보, 유통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쭈꾸미 시즌을 기다리는 소비자와 외식업계 모두,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